번뜩 눈이 뜨였다.
내가 고른 예쁜 크림색 옷장이 보인다. 빙글빙글 돌면서
마치 영화의 회전 앵글처럼 빙글빙글 미친듯이 돌고 있다.
순식간에 심장에서부터 온 공포가 뇌까지 얼려버리는 듯 하다.
짧은 찰나 동안 온갖 생각이 뇌를 채웠다.
너무 공포스럽던 회전앵글이 끝나자 위장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가서 변기를 부여잡고 앉았다.
그리고 토할것도 없이 그저 마구 구역질을 해댔다.
지인통해 얼핏 들어봤던 이석증이 온것 이다.
깜깐한 새벽, 홀로 일어나 변기를 부여잡고 있는 그 순간
난 철저히 혼자였고, 내옆엔 오직 두려움과 나를 향한 연민만이 있었다.
새벽에 변기를 잡고 있는 그 순간 , 난 다짐했다.
난 바뀌어야 한다.
잘 먹어야 하고, 운동을 해야하고, 나를 아껴야 한다.
변기를 잡고 살아야 하는 삶을 향해 가진 않겟다.
아무거나 땡기는대로 먹고, 귀찮다고 드러누워 있고 그런 본능에 이끌려 살아온 삶은 나를 또다시 변기통으로 이끌것이다. 곧 죽어도 다시는 새벽에 변기통을 잡고 있고 싶지 않다.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지만 , 어지러움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나는 목각인형처럼 그저 침대에 놓인채
아침을 기다렸다.
죽을병도 아니고 그저 며칠을 아팠을뿐인데 나는 너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아프다는게 이렇게 힘든거구나.. 절대 아프지 말아야겠다.라고
얼마나 어리석은가...
주변에 지인을 통해서, 심지어 가족이 심하게 아픈 경우를 봤으면서도
건강관리를 잘 해야지!! 라고 되네이면서도 맘속 깊이에서는 나는 아닐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음을 알았다.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아나? 라는 속담이 있는데
맞다. 나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죽을 듯 아파보고 나야 , 아프면 힘들구나, 관리를 해야겠구나 하고 느끼는 어리석은 사람
어쨋거나 이번 이석증을 통해서 나는 맛을 제대로 봤다.
이제 본능에 이끌려 살지 않기로 했다.
입맛이 땡기는 대로, 몸이 편한대로 하지 않고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맛 없고 , 조금은 힘들어도 참고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가리라 다짐했다.
빙글빙글과 변기
잊지 않고 나를 아끼며 건강하게 생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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