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아담했던 아이의 2학년 겨울방학을 끝내고
나도 덩달아 봄을 기다리던 즈음
우리를 찾아온건 봄이 아닌 코로나였다.
그동안 겪었던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의 기억으로
바로 소독제와 마스크 등을 준비했다.
그러면서도 몇주 뒤면 괜찮아 지겠지 하고 안일했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코로나는 무서운 전파력으로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학원이 휴원하고
나도 아이도 처음 맞이하는 세상이 펼쳐졌다.
오롯이 아이와 집에서
소위 말하는 삼시세끼를 하는 집콕이 우리의 모든것이 되었다.
지나가는 타인이 확진자 일 수 도 있다는 불안감.
지금 만지는 손잡이에 바이러스가 묻어있을수 있다는 불안감
불안감이 우리를 뒤덮었기 때문에 집은 한없이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그럼에도 시간이 길어지자...
지루 했던 내 맘속에 정리를 향한 맘이 동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 마음 저 한구석에 쳐박혀있던..
"빨리 정리해야하는데.... 못하고 ... 으이구, 정말 맘에 안들어 "
라고 나를 싫어하게 만들었던 그곳들
냉동실, 옷장, 펜트리, 지저분한 커튼 , 아이방 침대쪽 습기찬 구석 등
하나하나 정리 하기 시작했다..
냉동실은 묵히고 묵혔던 검은 봉지 물체들을 싹 다 버리고
최소한만 투명통에 넣어 정리해주고.
옷장은 미련남아 못버렸던 옷들 싹 다 버리고
깔끔하기 정리해주고,
지저분한 커튼은 싹 빨아 말려 걸어주고
아이방은 가구 빼고 습기찬곳 깔끔하게 청소하고
습기안차게 배치 싹 바꾸어주고
펜트리도 불필요한 물건 들 싹 버리고
필요한것만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그곳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생각 이상의 행복감이었다.
하고 보니 별것아닌 이것들이
항상 나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들 이었다.
하고나니
아니, 이 별것 아닌것을 왜 난 그토록 미루고 안하고 있었던 걸까...
코로나로 시간인 남아돌아서 했다지만
그동안 요정도 할 수 없을정도로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닌걸 나 스스로도 이미 알 고 있다.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뭔가를 잘 미루는 성향이 크고
일단 한번 미룬일들은 될 수 있으면 계속 미루곤 한다.
이 코로나의 긴 집콕의 지루함에서 난
미룬일들이 사실은 별거 아니라는 것과, 그것을 해냈을때의 행복감과 만족감이 너무 크다는것
내 집안 곳곳이 어느하나 숨길곳 없이 정리되어 있다것의 행복감을 아주 크게 느끼게 되었다.
또한 코로나의 집콕에서 난 또 하나를 깨달았다.
남을 많이 의식하고 있었구나. 라고..
평소와 다르게 남들도 나처럼 주말에도 집에 있다는 사실.
남의 아이도 학원에 안가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편안함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랐다.
매주 주말이면 어디를 가야할것 같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가야할곳을 정하지 못하면 무언가 불만이 올라왔는데..
코로나로 아예 차단을 당하고보니
외려 편안함까지 느껴지는것을 보니...
아,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해야한다는 의무감에 조금은 압박을 받고 있었구나.
주말에 놀러가는것 조차 의무감이 나를 괴롭혔구나..
이제 코로가 끝나면 모두가 기다리던 일상이 찾아올 것이다.
그 일상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미루지 않고, 일단 하고보는...
남들보다 나, 아이, 남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런 일상을 만들고 싶다.
아주 슬프고 힘든 코로나였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그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해낼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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